1월 무계획 나홀로 제쥬여행기 (1박 2일)
빡센 업무와 왕복 3시간 출퇴근길로 완전히 지쳐버린 나는 어느 날 훼까닥 돌아버려서 갑작스럽게 1박2일 제주행 티켓을 끊었음. 이와중에도 급한 일이 없을 시기를 치밀하게 따져서 끊은 게 눈물... 이번 여행의 목표는 단 두 가지, '계획따윈 세우지 않는다!' '느긋하게!!! 리프레쉬를 하고 온다!'. 뇌 과부하 증상으로 지친 나머지 덕질마저 잘 못하고 있어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녔기 땜에... 머리를 최대한 쓰지 않겠다는 목표는 그럴듯하였다... 그러나... 그로인한 파장은 어마무시하얐는데...
느긋한 여행이 목표였어서 비행기 시간도 굉장히 여유있게 끊어놨다. 열한시 반 비행기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허둥지둥 공항으로 가기 싫었기 때문... 8시쯤 느지막히 일어나서 씻고, 밥먹고, 염색도 하고(추후서술), 짐도 챙기고(!)... 하다가 시계를 보니 9시... 이 때 나가야 여유있게 공항에서 노닥거리다 비행기를 탈 수 있었는데... 너무나도 느긋했던 나는... 중대한 결정을 앞두고 30분을 헤매고 만다..
"코트냐 롱패딩이냐" (세상진지)
코트 - 예쁨. 가벼움. 더울 수도 있는 제주도에서 나의 쾌적함을 보장. / 추울시 나를 비참하게 만들 수 있음
롱패딩 - 편함. 개편함. 마치 내 몸과 하나된 듯한 편안함. 추울 때 나를 보호해줌. / 날씨가 더울시 나를 축축하게 만들 수 있음. 너무 편하게만 생김(?)
이 고민을 하다가 9시반이 다 되어서야 집에서 나갔음. (결국 뭘 골랐는지는 사진에 나옴ㅇ.<-☆) 나는 공철을 탈 때까지 내내 쫄림 상태였는데ㅠㅠ 내가 탄 인천1호선이 계양역에 도착하는 게 11시 10분이었다면 김포공항행 공철이 계양역에 도착하는 시간이 11분이었기 때문... 1분만에 환승을 해야하는 미션 임파서블의 상황ㅠㅠ 그 다음차를 타면 비행기를 놓칠 가능성이 개높았음
인간승리의 현장
'1분은 충분히 긴 시간이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할 수 있다 아직 죽지 않았다(?) 대학시절 역부터 대강당까지 5분컷을 찍은 기적을 다시 보여주겠다' 주문 외다시피 하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계양역에 도착하자마자 전력질주해서 공항철도 환승에 성공!! 같이 전력질주한 이름모를 두 명의 동료가 있어 행복했다... 동지애...
김포공항을 가본 게 10년 다 됐는데, 우리의 네이버 파워 블로거분들이 김포공항 역에서 내려서부터 탑승게이트까지의 과정을 아주 친절하게 적어주어서 미리 예습해놨기 때문에 망설이지 않고 달리는 것이 가능했다... 탑승 시간을 15분쯤 앞두고 게이트 쪽에 도착해서 룰루랄라 사진을 찍는 여유까지. 아아메 살 시간도 확보ㅇ.< 아아메를 사서 잠깐 자리에 앉아있으니까 탑승을 시작했다.
내가 탄 건 티웨이! 싼맛에 끊었는데 정말... 음~ ^^ 짐짝된 기분^^ 기체가 너무 후져서 정말 운송된다는 느낌밖에 들지 않았음. 피치항공 탈 때도 이런 기분까지 들지 않았는데... 뭐 싸니까요ㅇㅇ 가까운 거리 이동은 퀄리티보다는 가격이 더 중요함. 한 시간 정도 짐짝이 되는 건 어렵지 않잖아요:D
티웨이 캐릭터 부토의 인형이 레드랑 그린 버젼이 있어서 솔깃. 인형 참 귀여운데 나는 관리를 못한단 말이야...
창가 자리라서 찍음.
이동중에는 거의 친모아만 했음. 뉴콩다수를 가져가서 이동시에 알차게 사용... 그러고보면 혼자 비행기를 타는 건 난생 처음인데, 조금 신선한 기분이었다.
쨔잔! 제쥬공항 도착!
이때부터 무계획으로 인한 패닉이 오기 시작하는데... 뭘 타고 어디로 이동할지 전혀 계획해둔 바가 없는 것이었다... 일단 나는 우도를 가고 싶었으니까(ㅎ...) 그쪽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골라탔다. 101번... 이때까지 아직 기분이 신나있었다. (셀카도 찍고) 1시간 정도면 도착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시야가 트인 걸 좋아해서 맨 앞자리에 착석
점심대용 에너지바 (금방 도착할 줄 알았단 말이야...)
이쯤에서 말이지만 버스로 제주 해안가를 따라 여행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논하고 싶다... 제주 여행맵에는 아주 심플한 지도가 나와있지만... 제주는 생각보다 넓으며... 버스로 해안가를 따라 이동하는 데에는 몇 시간이 걸린다... 101번을 타고 공항에서 서귀포를 간다면... 최소 3시간을 잡아야 할 것... 3시간으로 될까? 그거보다 더 걸릴 거야, 아마 4시간 정도... 5시간...? (?) 제쥬는... 렌트카 여행을 하자... 렌트가 짱... 다시는 뚜벅이 하지 않으리...
디지몬 OST를 들으며 디지몬에 매우 심취해있는 동안(...) 2시간 가까이 걸려서 고성리에 도착했다. 여기에서 내려서 버스를 갈아타고 성산포항에 가야했으나... 또 버스 시간이 맞지 않아 나는 뚜벅뚜벅 걷기 시작한다... 구글맵에서 굉장히 긴 소요시간을 예측해주었지만... 날씨가 좋았던 데에다 해방감에 젖은 나는 들떠서 영상도 찍고 사진도 찍고... 왠지 모를 불안감을 외면하고 있었던 것이여따...
걷다가 안되면 아무 차나 불러세워서 '저 좀 성산포항까지 태워다주세요!' 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고민하던...(염치는 저 멀리)
어찌어찌 걸어서 해변가까지 왔다... 멀리 보이는 성산일출봉...
해변가까지 도착해서 이 페이스로는 오늘내에 성산포항에 도착할 수 없다고 판단, 다시 버스정류소에서 기다려서 버스를 타고 성산포항에 갈 수 있었다. 하지만 불길하게도 사람 가득한 버스 안에서 성산포항에는 나 혼자만이 내렸는데... '왜... 아무도 안 내리지...?' 불안해하며 우도로 들어가는 배 여객터미널까지 들어갔는데... (여기에 또 30분 소요ㅠㅠ 시발ㅠㅠ)
"들어가서 안 나올 거지? 지금 들어가면 오늘 못 나와요"
"네!? 오늘 못 나와요?"
"아니 나올 순 있지~ 4시에 들어가는 배 타고 들어가서 5시 나오는 배 타고 나오면 돼. 진짜 발만 딛고 오는거야"
"(띠용----)"
우도를... 사람들이 오전에 들어가서 오후에 나온다는 얘길 봤지만 이런 이유인 줄은... 우도 들어가서 스쿠터 타고 싶은 거대한 꿈이 있었던 나는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우도 한 바퀴가 위시리스트 No.1 이었어서 탈력감을 어찌할 수가 없었음... 이번 여행 망했다...ㅠㅠ 생각하며 터덜터덜 성산일출봉으로... ㅠㅠ
고등학교 수학여행 이후로는 처음 와보는 성산일출봉
샛길에 분위기 좋아보이는 카페가 있었다
2천원 주고 입장권 구매 완료
나의 존재감을 손으로 나타내기
하늘에 구름 사이로 빛이 쫙 내리는데 그게 굉장히 신성해보였음. 다들 그거 보고 한 마디씩 하더라ㅋㅋㅋㅋㅋ
최근 운동을 안 했더니 오르는 게 너무 힘들어서...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음. 이걸 굳이 오를 필요가 없는데 난 왜 오르고 있는 건가 싶고... ㅋㅋㅋㅋㅋㅋ 이 정도 되면 뭔가 강박증이 있는 게 아닐까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며... 그래도 기왕 왔으니 정상은 밟아봐야겠단 생각에 쉬지 않고 부지런히 올라갔다. 이번 여행서 느꼈는데 내가 약간 그런 거 같다. 쉬지 못하는 스타일... 혼자 가면 편안하고 느긋한 여행을 할 줄 알았더니 그런 거 없고 계속 돌아다님ㅋㅋㅋㅋㅋ
이게 정상에서 찍은 사진인가? 물이 맑다
장렬하게 실패한 투톤 염색
이 날 아침에 미샤 세븐데이즈 트리트먼트로 투톤 염색을 시도했는데 (윗층: 애쉬브라운/ 아랫층: 핑크브라운) 애쉬브라운 1도 안 나옴... 그냥 뿌염안한 인간됨... 그나마 아래층은 핑크끼가 살짝 돌아서 햇빛 아래서 사진 찍으면 핑크빛 나긴 하더라... 그냥 올 핑크브라운으로 염색할 걸 그랬음.
좀 딴 소린데 저 백팩, 대학시절에 탑텐에서 샀던 건데... 용케 아직까지도 쓰고 있다. 형광핑크라 어두운 아우터 입으면 포인트로 나쁘지 않음.
우도 못 간 아쉬움을 성산일출봉 등반으로 기분좋게 풀고나서, 숙소로 들어가기 위해 서귀포행 버스에 올랐다. 그러나 이 때 또 나는... 제주도 뚜벅이 여행에 현타가 왔는데... 2시간 가까이 걸려서 서귀포에 도착했음... 정말 놀랍지 않읍니까... 무슨 여행에 버스타고 있는 시간이 제일 많아... (오열) 나는 또 이거슨 망한 여행이라는 슬픔에 젖기 시작했다... (사춘기도 아니고 감정기복이;;;)
숙소는... 놀랍게도 간판이 안 찍혔는데(;;;) 데이즈호텔 서귀포점
접근성이 좋은 편이고 가성비가 좋은 곳. 뭣보다 근처에 올레시장이 있어 뭐 사먹기 좋음
깔끔해서 첫인상이 좋았음
높은 층으로 배정받음
…!?! 침대가 두 개...
나는 더블베드 1개 방을 예약했는데 어째선지 더블베드1개와 싱글1개 짜리 방에 배정받았다. 뭐지, 아깝게... ㅠㅠ 비어있는 싱글베드는 나의 전에 없던 고독감을 불러일으켰다... 잠깐 쉬고나서 올레시장으로 가 제주에서의 첫 끼(!!!!)를 사옴. 나 제주 가서 올레시장 가기 전까지 입장료 포함해 총 5천원도 안 썼다는 사실ㅠㅠ
시장 구경 좋아하는 플라씨(nn세) 설레기 시작
연어 주문해놓고 대기 중...
흥미가 가는 것은 많았지만 내가 많이 못 먹는 편이고, 어째선지 여행만 갔다하면 기름진 음식을 잘 못 먹는 편이라... 회 두 접시랑 맥주, 컵라면만 사와서 총총총 돌아왔다. 땅콩만두란 것도 먹어보고 싶었는데... 왠지 그 날 컨디션으론 맛있게 느껴질 거 같지 않았음.
식도락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과 여행을 다니면 안되겠다는 깨달음을 얻고 돌아왔다... 여행을 가면 이상할만큼 잘 못 먹음...
생맥주 1L, 회 1인분(만원어치), 연어 한 접시(만원)
맥주에서 시트러스 향이 아주 많이 나서 상큼하니 맛있었다. 적당히 먹다가 회는 좀 남아서 다음날 아침에 먹으려고 냉장고에 넣어뒀다. 맥주를 마셨더니 잠이 밀려와서 멍하니 티비보면서 친모아 하고 그랬음.
내 방에서 내려다보이는 바깥 풍경. 나름 오션뷰라면 오션뷰...
미적미적 9시까지 침대에서 일어나질 못했다. 첫 날 성산일출봉 오른 거 외엔 다 이동하는 데 시간을 뺏겨서 그거에 탈력감을 엄청 느꼈던 모양이다. 자면서도 밤새 계속 그걸로 스트레스를 받았던 거임ㅋㅋㅋㅋㅋ 쉬러왔더니 또 한 거 없다고 끙끙 앓고 있어ㅠㅠㅋㅋㅋㅋㅋ 그냥 다 때려치고 호텔에 있다가 공항으로 갈까... 생각까지 함ㅋㅋㅋㅋ 하지만 잠깐 눈 다시 붙이고 일어나니 기운이 나서 한 군데라도 더 다녀와야겠다 싶어졌다. 그래서 바로 씻고 부지런히 나감!ㅋㅋㅋㅋ 개인적으론 여행 이틀째가 내가 원했던 여행의 모습에 더 가까웠다. 요거는 다음 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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