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디오리진 1화(더빙판)를 다시 봐서 이야기 하려고 한다:)
디오리진 더빙판을 제공하는 유일한 공식 루트인 올레티비 앱이 로그인이 안 되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접속조차 안 되어서 '이 앱이 드디어 망했구나!' 생각했는데, 어제 보니 Seezn 이라는 앱으로 아예 옮겨간 모양이었다.
뭐 아무튼, 여기에서는 (여전히!) VOD를 영구구매를 못 하고 매번 1주일 대여해서 봐야하는 시스템이라 왠지 손해보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이미 회당 10번은 넘게 대여를 했어서 이 정도 금액이면 VOD를 구매하고도 남았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DVD를 구매해두고도 굳이 VOD를 보는 건 캡쳐의 편이성이 가장 큰 듯하다. 목소리는 일본판을 조금 더… 레드의 경우는 일본판을 훨씬 더 좋아하고(ㅋㅋㅋㅋㅋㅋㅋ)
여담. 나루토랑 성우가 같아서, 가끔 애니메이션 보다보면 나루토 생각난다는 코멘트를 본 적이 있는데, 나는 나루토를 안 봤어서 이 성우의 목소리가 레드 목소리로 인식되어 있음. 여러 차례 티스토리에 적은 적이 있긴 한데, 이 성우는 소년 목소리는 소년 목소리인데 청량하지는 않은 게 또 매력이 있더라고:) 오리진 레드가 밝은 캐릭터이다보니 맑고 청량한 변성 전 소년 목소리가 배정될 것도 같은데, 의외로 허스키한 느낌이 섞인 게 좋았다.
어찌되었든 어제 저녁에 디오리진 1화를 다시 봤다는 건데, 앞부분보다는 뒤에 웅이와 만나서 체육관전 치르는 걸 위주로 봤다.
근데… 다시 보니까 내 기억에서 왜곡된 부분이 조금 있더라고? 나는 레드가 그린과의 1차전으로 기분이 크게 상해서 웅이와 처음 만났을 때에도 퉁명스러웠다고 기억했는데, 레드가 웅이에게 그다지 까칠하지 않은 거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웅이가 '너랑 파이리의 마음이 이어져 있지 않은 것 같다' 라고 했을 때 레드가 반박한 장면을 내가 꽤 왜곡해서 기억했나 싶어서 혼자 괜히 민망했다. 뻘쭘
오리진의 레드가 인간적인 냄새가 많이 나서 좋다는 말을… 티스토리 어딘가 많이 썼을텐데… (어디에 썼는지는 모르겠음.) 1화는 레드가 완전 초보 of 초보, 미성숙 그 자체라 풋풋한 냄새가 많이 나서 요즘 특히 좋아한다. 사실 입덕 때에는 4화의 완성형 벤츠 모습이 좀 더 좋았는데. 4화의 모습보다 1화의 모습이 좋다는 1차원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1화의 미숙한 모습(과정)이 있었기에 4화의 성장한 모습이 빛나는 거라 1화가 좋다는 의미에 가까울 거 같음.
그린이 레드에게 하는 말이 기억 속보다 수위가 높았는데(ㅋㅋㅋㅋㅋ), 나는 그린이 레드에게 '태초마을로 돌아가' 라고 한 것만 두드러지게 기억했지만 실제로는 '너같이 약한 놈은 처음 본다(!) 여행하다가 다른 놈들한테 당하기만 할 거다(!!) 시간 낭비니까(!!!) 태초마을로 돌아가' 이 뉘앙스더라고.
확실히 게임 시리즈의 그린이 잘난 척을 해서 밉상일 수는 있을 지언정 노골적으로 못된 말은 잘 안한다면, 오리진 그린은 얄밉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을 강조했다는 기분이 듬. 게임 시리즈의 그린은 기껏해야 가장 깔아보면서 말할 때가 포켓몬 리그 가기 전에 '레드는 좀 더 연습해야 되지 않겠냐'고 하는 부분이란 말이야~…
게임에서는 플레이어가 실제 배틀에서 챌린지를 느낄 수 있어서 라이벌(그것도 친구)이 굉장히 싸가지 없이 말할 필요는(ㅋㅋㅋㅋ) 없는데 애니메이션은 그조차도 없으면 성장 계기를 만들기가 힘든 거라 과장한 이유는 납득이 간다. 게임 스토리 있는 그대로 갖다쓰면 서사 만들기 존나 힘들 거 같음. 초대가 스토리가 다이내믹하지 않다는 건 트루라(난 그 점을 좋아하지만...)
이후 완전히 의기소침해진 레드가 '그린이랑 나랑 경험치가 다르지 않을 텐데 왜 내가 더 약한가'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을 때, 웅이가 '내가 보기에는 네가 그린이라는 아이보다 경험치가 없어보인다.'고 어드바이스를 해줌. 근데 여기에서 또 골 때리는 부분이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말을 들은 레드가 '그렇다면 닥치는 대로 트레이너들과 싸워서 경험치를 늘리겠다'고 나오는 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부분은 기억 못하고 있었는데 상상초월로 주먹구구식이여서 마시던 물 뿜었음) 아니 진짜 너무 미숙하고 한 치 앞밖에 못 보지 않음? 귀여워서 엄청 웃었잖어. 심지어 이 때는 '그린을 이기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파이리가 전투불능 상태였던 것도 미처 생각을 못하고 있던 거지. 이 부분까지 웅이가 지적해줌.
하여, 레드가 웅이 조언대로 회색시티 포켓몬센터에 우선 방문하게 되는데, 여기서 또 소소하게 재밌었던 게 오박사랑 영상통화할 때 오박사가 레드 얼굴 보고 '기운이 통 없네. 무슨 일 있었니?' 라고 묻는 거임(사위사랑....!!ㅠㅠㅠㅠ)
오박사가 레드 상태를 세심하게 알아차린 것도 예뻐하는 티가 나서 좋지만, 웅이한테 조언 듣고 난 후에도 기운이 없었다는 게 괜히 짠하고 인간적이라 좋음. 갈수록 이런 소소한 포인트가 좋더라고… 사람이 조언 좀 들었다고 갑자기 기분이 괜찮아지는 게 아니잖어, 그런 스무스한 묘사가 참 마음에 와닿고 나도 저런 걸 쓰거나 그리고 싶다고 동경하게 되더라.
아, 그리고 회색시티 방문한 게 트레이너 된 지 고작 5일째드만(ㅋㅋㅋㅋㅋㅋㅋ) 체육관 트레이너가 "어딜 감히 5일 밖에 안 된 애가 웅이 님과 배틀하겠다고 찾아오는 거냐"고 하는 장면도 현실적이라 좋았음. 무모하고 단순한 게 드러나는 장면인데, '잘 모르겠어서 배우고 싶어서' 찾아왔다고 하는 게 너무 귀여움. 얘가 정말 뱃지를 따겠다고 간 게 아니잖음(ㅋㅋㅋㅋㅋ) 본인이 지금 뭘 개선해야 할 지 전혀 모르겠고 막막해서 멘토 찾아간 느낌이라 좋더라고.
확실히 재밌긴 재밌음. 이게 뭔가 스토리가 굉장히 다이나믹하고 치밀해서 재밌는 게 아니고, 레드 묘사를 되게 재밌게 잘 해놓은 작품 같음. 매력 있어. 굵직한 스토리가 보고 싶어서 보는 거면 재미없는 작품이겠지만 소소한 포인트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좋아할 거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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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화를 위해서는 본가 스토리를 그대로 차용할 수 없다는 것 관련해서인데, 전에 그 생각을 한 번 했다. 애니메이션에서는 보라타운의 라이벌 전이 시리어스하기보단 경쾌한 코미디 드라마에 가깝게 바뀐 대신, 4화에서 그린의 도감이 산산조각 났단 말이야.
어쩌면 오리진의 그린은 정든 대상을 잃는 대신 여행 내내 쌓아온 노력의 증거(유형)를 잃은 건데, 어느 쪽이 그린에게 덜 아픈 걸까 생각하게 되더라고….
단순히 생각하면 도감을 잃는 게 소중하게 생각하는 생명체를 잃는 것보다 덜 아프고 회복이 빠를 거라고 생각해왔는데, 정말 그렇게 간단한 문제인가…. 게임에서 도감을 채우는 건 앉아서 손가락 좀 두들기고 몇 시간 노가다하면 그만인 일이지만, 그 세계 속에서 도감을 채운다는 건 본인이 투자해 온 시간, 운 모든 걸 포함하고 있는 건데 그걸 잃는 게 정말 상대적으로 낫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 궁금하더라고. (답은 아직도 나오지 않았음)
하지만 메타적으로 오리진의 레드에게 그린의 포켓몬과 도감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하면 레드는 도감이 박살나는 쪽을 선택할 것 같다고 생각했음…. 그게 너무한 일인 걸 알더라도 생명이 죽는 일로부터 상처받는 것보다 그 쪽을 택하지 않을까 그 생각을 했지비. 그 스토리를 풀면 디오리진 특유의 포카포카 러브코미디 물이 아니게 되어서 그냥 포기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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